‘법왜곡죄’가 지난 3월 12일 공포·시행된 이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거대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법 시행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당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하며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왜곡죄는 시행 초기부터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과 고발 남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이 법이 가져올 변화의 파고는 어디까지 미치게 될까요?
[스몰.톡 브리핑]
- 이슈: ‘법왜곡죄’ 시행 직후 대법원장 고발 사태 발생
- 현황: 법 시행 11일 만인 3월 23일 기준 경찰, 총 8건의 법왜곡죄 관련 사건 수사 착수
- 쟁점: 모호한 법 조항으로 인한 사법부 독립 훼손 및 고발 남발 우려 증폭
[법왜곡죄, 대체 뭐길래?] 벼랑 끝 사법부, 시작부터 흔들리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법왜곡죄’**는 지난 2026년 3월 1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 관여한 법관이나 사건을 수사한 검사·경찰이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왜곡 행위는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으로 규정됩니다.
법 시행 첫날부터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과 관련해 법왜곡죄 혐의로 1호 고발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는 헌정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으로, 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 이유] 줄줄이 고발, 법조계의 경고가 현실로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의 규정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형사 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어 법 시행 직후부터 법관과 검사, 심지어 경찰 수사관에 대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법 시행 이틀 만에 36건의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쏟아졌으며, 이는 법왜곡죄와 함께 시행된 사법개혁 3법이 가져온 즉각적인 파급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3월 23일 기준으로 경찰은 총 8건의 법왜곡죄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 조은석 특별검사에 대한 3건의 고발 사건을 맡고 있으며,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5건 중 3건은 경찰 수사관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법조계가 경고했던 부작용이 법 시행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돼 현실로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는 괜찮을까?] 사법 독립 침해 우려, 그 파장은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가장 큰 쟁점은 사법부 독립성 침해 우려입니다. 법관의 법적 판단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으며,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는 법관들이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인해 소신 있는 판결보다는 **‘보신 판결’**을 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대법원은 법왜곡죄가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독일이나 러시아 등 법왜곡죄가 존재했던 국가들에서도 독재 권력 하에서는 이 법이 무력하거나 오히려 권력 통제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의 경우,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소급 적용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고발인 측은 위법 상태가 계속되는 ‘계속범’이므로 소급 적용 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끝나지 않을 논란과 남겨진 숙제
법왜곡죄 시행 이후, 고소·고발 사건의 폭주로 인해 경찰·검찰·법원 시스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사기관 간 수사권 정리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사건 핑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찰청은 법왜곡죄 시행에 맞춰 전국 시·도경찰청에 관련 사건처리 지침과 참고자료를 내려보냈으나, 여전히 법률 전문가 자문 등 고민이 많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단순히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왜곡한 것인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법 왜곡’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끊이지 않는 논란의 핵심입니다. 과연 법왜곡죄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혼란만 가중시킬지, 그 결과는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날 것입니다.